[성명] 학생인권조례에 반대한다는 일부 교육감 후보들에 반성과 공약 철회를 요구한다

관리자
2022-05-30


[성명] 학생인권조례에 반대한다는 일부 교육감 후보들에  반성과 공약 철회를 요구한다
- 인권과 민주주의를 부정하며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면 교육감 선거에 나올 게 아니라 타임머신을 타라


“대한민국의 학교 환경에서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중요한 초석이 되었다.” 2012년 1월, UN 인권고등판무관실 대표가 서울시의회와 서울시교육청, 교육부 장관에게 보냈던 서한의 내용이었다. 2010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현재 7개 광역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학생인권조례는 대한민국 학생인권 현실을 개선하는 중요한 전환점이었고, UN에서도 주목할 만큼 의미 있는 민주적인 방식의 아동인권 진전 사례였다. 그러나 2022년, 제8회 전국지방선거에서는 일부 후보들에 의해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억지 공격과 폐지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아직도 학생인권이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는 한국 교육과 정치의 암담한 풍경이다.


학생인권조례는 초·중·고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체벌 폭력, 두발·복장·용의규제, 강제야간자율·보충학습 등을 개혁하기 위한 지방자치 차원의 대책으로 제시되었다.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면서 폭력적·획일적 학칙과 학생인권침해 경험이 감소하고 비민주적 문화가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났음이 여러 공신력 있는 조사와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다. 2010년대 이후로 ‘스포츠형/반삭발’, ‘몽실언니/귀밑3cm’ 같은 두발규제가 드물어지고 강제이발 및 체벌 사례가 크게 줄어든 데에도 학생인권조례의 공이 컸다. 학생인권조례는 ‘등굣길이 무섭고 숨 막히던 학교생활’을 바꾸어 놓았다.


반면, 일각에서 학생인권조례에 반대하는 주장에는 근거가 없다. 두발·복장규제가 완화되어서 수업에 지장이 생겼다는 증거도 없고, 학생인권조례 시행 지역에서 특별히 교사에 대한 인권 침해 사례나 학교폭력이 늘었다는 조사도 없다.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대부분 가짜뉴스나 근거 없는 주관, 구시대적 편견에 기대고 있다. 차별과 폭력, 모욕과 인권침해가 없는 교육, 학생인권을 존중하고 민주적인 학교를 만들자는 것에 반대하는 주장은, 학교를 상명하복의 비민주적 기관으로, 학생을 인간이 아닌 억압하고 하대할 노예로 보던 시절의 유산일 뿐이다.


교사가 학생을 매질하던 시절이 그리운가


그럼에도 소위 ‘중도보수교육감후보연대’라 자칭하는 수구적 교육감 후보들을 포함, 적지 않은 교육감 후보들이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거나 개악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후보들에게 묻는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머리를 자로 재고, 규정에 어긋난 학생들의 머리에 가위와 바리깡을 대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것인가. 학교에 가면 하루에 한두 번씩 매질을 당하고, 심심찮게 ‘오리걸음 운동장 3바퀴’, ‘200대 엉덩이 체벌’로 학생이 죽고 다치는 사건이 터지던 때를 그리워하는가. 만일 그렇다면 선거에 출마할 것이 아니라 타임머신을 타고 20~30년 전으로 돌아갈 것을 추천한다. 학생인권침해와 폭력이 일상이던 모습은 우리 교육이 과거에만 남겨두어야 할, 반성해야 할 대상이니 말이다.


게다가 2021년에도 서울 등지에서 속옷·양말 규제 등 불합리하고 반인권적 ‘현미경 규제’를 둔 학교들 수십 곳의 사례가 알려졌고, 학생인권조례가 없는 지역에선 여전히 두발용의복장규제 등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교사에 의한 언어폭력이나 성희롱으로 인한 스쿨 미투 사건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학생인권침해는 줄어들었을 뿐 근절되지 않았다. 학생인권조례 폐지나 축소를 거론할 게 아니라, 오히려 어떻게 하면 더 학생인권을 잘 보장하고 일어나선 안 될 폭력과 인권침해를 없앨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심지어 학생인권조례에 반대하는 후보들 중 상당수는 성평등교육, 민주시민교육, 노동인권교육, 인권교육 등도 금지시키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 이유 역시 소수자 차별과 혐오, 학생들에 대한 편견과 통제의 욕망으로밖에 볼 수 없다. 그러나 학생들도 이 사회의 시민으로서 민주주의, 성평등, 노동자의 권리 등에 대해 배울 권리와 참여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일부 교육감 후보들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교육을 금지시키겠다고 하는 것은 명백하게 학생들의 교육권을 침해하겠다는 선언이다.


억지 주장 사과하고 학생인권조례 반대 등 공약을 철회하라


대한민국의 헌법과 교육기본법 등은 자유와 평등, 인권 존중을 원칙으로 천명하고 있으며, 학교 교육의 목적이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갖추게 하는 것임을 명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학생인권조례가 헌법의 가치에 부합한다는 합헌 판결을 여러 차례 내렸다. UN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 표현·집회·종교·양심·사상의 자유 보장과 학교에서의 학생인권 존중을 가입국의 의무로 규정한다. UN에선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2019년 UN아동권리위원회는 대한민국 정부에 성평등교육 및 차별 없는 성교육을 권고한 바 있다.


결국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고 민주시민교육, 성평등교육 등을 금지하고자 하는 교육감 후보들은 헌법과 민주주의의 정신을 부정하고, 글로벌 스탠다드라 할 수 있는 UN의 국제인권 기준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억지가 통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 한국 사회에서 학생인권과 평등, 민주주의가 얼마나 빈약한 입지를 가지고 있는지를 드러내며, 우리 모두의 성찰과 노력을 요구한다.


교육감은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고 학교 교육이 민주주의에 적합하게 운용되도록 할 의무를 가진 자리이다. 그런데 교육감 후보로 출마하면서 학생인권을 부정하고, 민주주의와 평등과 자유를 거부하며 오히려 차별과 폭력을 강화하려는 후보들에게 교육감의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주권자로서 그런 후보들이 교육감이 되기에도, 교육정책을 다룰 준비도 부족하다고 판단한다. 우리는 학생인권조례 폐지 등 학생의 교육권, 자유권, 평등권 등 인권을 부정하는 공약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내놓은 교육감 후보들에게 이제라도 사과와 반성, 공약 철회를 강력히 요구한다.



2022년 5월 27일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