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인권에 ‘학교별로 합의’는 없다. 동아공고는 학생인권침해를 멈춰라.

관리자
2022-05-23

[성명] 인권에 ‘학교별로 합의’는 없다. 동아공고는 학생인권침해를 멈춰라.

- 아수나로 부산지부 동아공고 소모임의 학생인권보장운동을 지지하며



부산의 동아공고에서 자의적 두발/용의복장 규제, 휴대폰 일괄 수거, 교복 자켓 의무 착용 등의 인권을 침해하는 교칙과, 교사의 지시 불응시 쏟아지는 욕설, 징계 협박, 보호자에게 학생의 위반사항을 문자로 통보할 것이라는 협박 등이 있었다. 재학생들은 소모임을 꾸려 인권침해적 교칙을 바꾸고, 반인권적인 학교를 바꿔내자는 취지의 서명운동을 진행중이다. 벌써 전교생의 25%에 가까운 105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이 사안에 대해 부산시교육청에서도 민원을 통해 인지하고 있었지만, 민주적 절차를 통해 교칙을 바꾸겠다는 학교 측의 변명을 믿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학교 측은 학교 생활 규정 관련 협의회를 꾸리며, 학부모 운영위원 2인, 교사 운영위원 3인, 학생 2명을 구성원으로 했다고 답변했다. 학교 구성원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학생이며, 이 사안이 학생의 인권과 처우에 관한 사안임을 생각했을 때, 겨우 2명밖에 되지 않는 학생의 자리는 ‘학생 의견 반영’의 허들을 더욱 높인 것으로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많은 학교들이 법이나 조례가 개정 된 후에, 혹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개선 권고를 받고서 , ‘학교 안의 소통’, ’공식적 절차’ 따위를 면피의 도구로 삼는다. 애초에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이 동등한 위치에서 토론할 수 있다는 것은 허상이다. 교사는 학생의 성적, 학교 생활, 징계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이런 권한들을 학생 ‘통제’의 수단으로 사용해 왔다. 그런 상황에서, 학생들이 ‘공식적, 민주적 절차의 자리’라고 해서 교사의 의견과 반대되는 의견을 강력히 주장할 수 있을까? ‘학생인권보장’을 말하면, 인권보다는 민주주의가 중요하다, 학교 구성원들이 협의해야 한다고 반발하는 이들은 이런 학교 안의 권력구도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신체의 자유, 통신의 자유, 신체적/정신적 폭력에서부터 자유로울 권리 등은 굳이 다시 절차를 밟지 않아도 인간이라면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인권이다. 수많은 국제 조약들과 대한민국 헌법 등을 통해 이뤄낸 합의이다. 그런데 왜 학교의 일이 되면, 학생의 일이 되면 그 합의들은 모두 어디론가 사라지고, 학교 안 구성원들끼리 새로 합의를 해야 한다고 하는가? 학교 안의 합의에 따라 학생에 대한 인권침해를 허용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학생은 인간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언제까지 학생들은 부당한 인권침해에 ‘학교 바이 학교’로 싸워야 하는 것인가. 학교에 대한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교육청은 “학교 안에서 알아서 하겠다”는 거짓말에 언제까지 흐린 눈을 하고 있을 것인가. 우리 사회는 언제까지 학생인권을 학교의 합의에 따라, 지역의 합의에 따라 지켜도 되고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의 위치에 방치해 둘 것인가.

학생인권이 학교와 지역에 상관 없이 제대로 보장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기준, 학생인권법이 필요하다. 학생 개인이 자신의 학교생활을 걸고 훨씬 힘이 센 교사나 학교와 힘든 싸움을 해야만 겨우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시대를 끝내야 한다.


부산 동아공고는 학생인권을 침해하는 교칙을 개정하고, 교칙 외 교사에 의한 자의적인 두발복장 규제, 학생을 향한 욕설과 협박을 당장 멈춰라. 규제를 얼마나 느슨하게, 혹은 엄격하게 적용할 지를 두고 학생과 힘겨루기 하는 대신, 학생을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하라.


부산시교육청은 학생인권침해 사안을 단순히 ‘오해’나 ‘의견차이’로 치부하며 학교 안의 논의에 맞겨두는 안일한 태도를 버리고 인권보장이라는 명확한 기조 아래 적극적 개입과 피해구제, 상시적 모니터링을 진행하라.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자신의 인권을 보장받기 위해 직접 행동하는 아수나로부산지부 동아공고 소모임 학생분들의 활동을 지지한다. 학교에서 꾸린 학생 생활 규정 협의회가 학생인권을 침해하는 규정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이용되지 않도록 꾸준히 지켜볼 것이다. 더 나아가, 학생인권이 전국 어디에서나 제대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학생인권법의 제정과 정착을 위해 계속 싸울 것이다.



2022년 5월 10일

촛불청소년인권법 제정연대